ABC 살인 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1936 ☆ by mOng

아르헨티나의 농장을 떠나 6개월 예정으로 귀국한 헤이스팅스의 기술. 1935년 6월에서 9월에 걸쳐 일어나는 연쇄살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품 초반부터 이름의 머리글자가 A.B.C.인 '알렉산더 보나파르트 커스트'라는 미지의 인물이 등장하며, 커스트의 시점에서 쓰인 챕터가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다. 범인은 앤도버(A)에서 앨리스 애셔(A)를, 벡스힐(B)에서 베티 바너드(B)를, 처스턴(C)에서는 카마이클 클라크 경(C)을 살해한다. 그리고 돈캐스터(D)에서 벌어질 네 번째 사건의 예고장마저 푸아로에게 보낸다.

[ 사건 장소와 일자, Administrative county (England) 1890-1965 & 편집 ]
이미지 출처 : Administrative counties of England
사이코 서스펜스의 원조 격(?)이라는 수사가 붙을 만큼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은 긴장감과 박진감이다. (실제 지명을 배경으로 사용한 점도 그런 이유일지도) 내면의 심리 표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다른 작품과 다르게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다만, 범인이 자신을 감추는 트릭은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차용되었기에 단순함을 넘어 싫증 날 수 있다. 출간된 지 80년이 넘은 작품이란 점을 고려해도, '누가? 왜?'를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여러 지역에서 여러 사건이 발생한 만큼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작품 후반 진실게임과 함께 용의자를 적절히 추려주는 친절함까지 보여준다.

You cannot see the trees for the wood (Chapter 18) (황금가지-P.338)

크리스티의 고향 - 잉글랜드 데번주의 토키
세 번째 살인의 배경인 처스턴 주변의 묘사-실제 지명과 해안 명이 등장-이 비교적 자세하다. 등장인물이며 지명 같은 것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크리스티의 습관 때문에라도 잠깐이나마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편집과정의 맞춤법 검사 오류라 판단되는 지명 표기가 있는데 "브릭섬"을 "브릭 섬"으로 표기해 두었다. 마치 '브릭 섬(島)'인 것처럼 말이다. 처스턴이 '브릭 섬'과 접하고 있다는 조금은 갸우뚱한 상황에 검색해 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영국의 행정구역(지방 정부) 법령이 두 차례 정도 바뀌면서, 현재는 "토베이 단일(통합) 자치구"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이름의 지역이다. 물론, 토키, 페인턴, 처스턴, 브릭섬 등의 지명은 여전히 구분되어 표기되어 있다. 프랭클린의 입을 빌리긴 했지만, 리비에라에 비할 만큼의 아름다운 해변 엘버리 코브로 이어지는 클라크 경의 산책 코스는 구글어스로 짐작해봄 직하다.
헤이스팅스의 감탄사를 끌어낸 앨버리 코브의 VR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에 묘사된 작지만 하얀 몽돌 해변이다.

원제는 'The A.B.C. Murders, 1936' 26번째 추리소설이며, 66개의 장편 중 18번째 작품이다. Agatha Christie's Secret Notebooks 의 작가이기도 한 "존 쿠란(John Curran)"의 "The top 10 Agatha Christie mysteries"에도 포함된 크리스티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크리스티의 첫 작품인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 1920)"을 잠깐 언급한다는 점이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주요 등장인물
▶ 에르퀼 푸아로(Hercule Poirot) : A.B.C.의 도전을 받은 탐정
▶ 아서 헤이스팅스 대위(Captain Arthur Hastings) : 작품의 화자, 푸아로의 친구
▶ 제프 경감(Chief Inspector James Japp) : 런던 광역 경찰청의 형사
▶ 크롬 경위(Inspector Crome) : 런던 광역 경찰청의 사건 공식 담당자 (P.89)
▶ 각 지방 경찰청장(Chief Constables) - 햄프셔(앤도버), 서섹스(벡스힐), 데번(처스턴), 요크셔 서구(돈캐스터)
▶ 라이어넬(Sir Lionel) - 런던 광역 경찰청 수사국장 (Assistant Commissioner of the C.I.D.)
▶ 닥터 톰슨(Dr. Thompson) : 저명한 정신과 의사 (Alienist) (P.83)

▶ 알렉산더 보나파르트 커스트(Alexander Bonaparte Cust) (P.22) : 두각을 나타내라는 기대를 하고 어머니가 지어주신 거창한 이름 (알렉산더+나폴레옹), 퇴역 군인(P.232), 중년의 사내(P.273), 참전 중 가벼운 부상, 심한 두통 및 간질, 기억 상실증에 시달린다.
▶ 마버리 부인(Mrs. Marbury) : 커스트 씨가 거주하는 하숙집 주인 (P.226)
▶ 릴리 마버리(Lily Marbury) : 마버리 부인의 딸 (P.231)
▶ 톰 하티건(Tom Hartigan) : 릴리 마버리의 남자친구 (P.233)

앤도버(Andover) : 런던 남서쪽 햄프셔(Hampshire)에 위치
▶ 앨리스 애셔(Mrs. Alice Ascher) : 애셔 부인 (P.38), 60세가량, 앤도버에서 작은 잡화점(신문, 담배) 운영
▶ 프란츠 애셔(Mr. Franz Asheer) : 앨리스 애셔의 별거 중인 남편, 독일 출신, 전직 웨이터, 알코올 중독 (P.34)
▶ 메리 드로어(Mary Drower) : 앨리스 애셔의 조카, 오버턴(Overton)에서 가정부로 근무 (P.45)
▶ 닥터 케어(Dr. Kerr) : 앤도버의 법의 의사 (P.43)

벡스힐(Bexhill-on-Sea) : 런던 남쪽 서섹스(Sussex)-[1974-현재: 이스트 서섹스(East Sussex)]에 위치
▶ 엘리자베스(베티) 바너드(Elizabeth-Betty- Barnard) : 23세, 카페 진저캣(Ginger Cat)의 2년 차 종업원 (P.90), 벡스힐 외곽에 부모와 함께 거주 (P.92)
▶ 바너드 부부 (Mr. Barnard & Mrs. Barnard) : 베티의 부모, 2년 전 바너드 씨의 은퇴 후 바닷가 근처에 정착
▶ 메건 바너드(Megan Barnard) : 베티의 언니, 런던에서 타이피스트로 근무 (P.92)
▶ 도널드 프레이저 : (Donald Fraser) : 돈(Don), 베티의 약혼자 (P.104), 큰 키, 스코틀랜드 청년 (P.118)(P.211)
▶ 메리온 양(Miss Merrion) : 카페 진저캣 운영, 오렌지색 머리의 매우 마른 여인, 40대 (P.95)
▶ 밀리 히글리 양(Miss Milly Higley) : 검은 머리의 통통한 카페 진저캣의 직원 (P.98)(P.185)

처스턴(Churston) : 잉글랜드 남서쪽 데번(Devon)에 위치
- 컴비사이드(Combeside) : 카마이클 클라크 경의 저택
▶ 카마이클 클라크 경(Sir Carmichael Clarke) : (Car) 은퇴한 이비인후과 전문의, 중국 도자기 수집가 (P.143), 삼촌으로부터 상당한 재산을 상속받은 재력가 (P.144), 60세가 다 됨 (P.204)
▶ 레이디 클라크(Lady Clarke)-샬럿(Charlotte) (P.243) : 카마이클 클라크 경의 부인, 말기 암 환자, 자녀 없음
▶ 프랭클린 클라크(Franklin Clarke) : 카마이클의 동생, 도자기 구매를 위해 1년 반가량 중국에 다녀옴 (P.179)
▶ 도라 그레이(Miss Thora Grey) : 카마이클 경의 비서-2년 남짓 근무 (P.179), 20대 후반의 북유럽 출신의 외모 (P.154)
▶ 데브릴(Deveril) : 컴비사이드의 집사 (P.148)
▶ 캡스틱(Capstick) : 레이디 클라크의 간호사 (P.207)
▶ 닥터 로건(Dr. Logan) : 레이디 클라크의 주치의 (P.202)

돈캐스터(Doncaster) :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Yorkshire)에 위치
- 작품이 쓰인 시점에는 West Riding of Yorkshire, 현재는 South Yorkshire (지방 정부 관련 행정법의 변화)
▶ 조지 얼스필드(George Earlsfield) : 이발사 (P.260)
▶ 로저 아마누엘 다운스(Roger Emmanuel Downes) : 하이필드 학교의 교사 (P.261)
▶ 볼(Mr. Ball) : 블랙스완 여관의 주인 (P.266)
▶ 메리 스트라우드(Mary Stroud) : 블랙스완 여관의 직원 (P.266)
영화로는 'The Alphabet Murders, 1965'라는 제목의 흑백영화로 제작되었고, 영국 드라마 'Agatha Christie's Poirot (1989-2014)'의 시즌 4의 첫 번째 에피소드로 1992년 1월 5일에 방영되었다.

지난 연말 '존 말코비치'의 푸아로가 BBC의 3부작 드라마(2018.12.26-28)로 방영되었다. 감상평을 쓰기도 싫었을 만큼 엄청난 충격(불호)을 선사한 전작 "누명(Ordeal by Innocence, 1958)"의 각색이 있었던 관계로 상당히 조마조마하며 보긴 했지만, 원작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정도의 신선한 각색이었다고 생각한다.
헤이스팅스는 이민을 간 상태이니 등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제프 경감과의 관계를 조금 더 돈독하게 설정하고... 그리고... 은퇴한 고독한 이민자, 푸아로 과거의 비밀, E까지 진행된 범인의 광기, 원작에서는 미끼로 사용된 지문의 활용 등이 눈에 띄었다. 크롬 경위로 분장한 '로퍼트 그린트(Rupert Grint)'의 연기가 조금 아쉬웠을 뿐... 자막을 만들며 꼼꼼히 보긴 했다.

The moral of the story being never have a drink with Hercule Poirot (E03)

앞서 언급한 "브릭 섬"같은, 속도감 있는 독서에 방해되는 몇 가지 오탈자(?) 및 오역이 있다.
Page. 82 (Chapter 8-The Second Letter / 두 번째 편지) - HarperCollins 2018 Edition (Page 49)

하지만 진짜 재미는 이제 시작입니다. 벡스힐 해변을 주목해 주십시오. 날짜는 이달 23일
But the fun is only just beginning. Let me draw your attention to Bexhill-on-Sea, the 25th inst.
25일
단순한 오타로 보이지만, 바로 다음 페이지에 25일을 언급하기 때문에 어리둥절
Page. 178 (Chapter 18-Poirot makes a speech / 푸아로, 연설하다) - HarperCollins 2018 Edition (Page 111)

"그 외에는요?"
"음..... 그러니까..... 그레이 양을 넣었으면 합니다."
그 이름을 말하면서 그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오! 그레이 양?"
이 세상에서 한두 마디 특정 단어로 살짝 비꼬는 듯한 눈치를 주는 데 푸아로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른다섯인 프랭클린 클라크를 어린아이로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Nobody else?"
"Well - er - Miss Grey."
He flushed slightly as he spoke the name.
"Oh! Miss Grey?"
Nobody in the world could put a gentle nuance of irony into a couple of words better than Poirot.
About thirty-five years fell away from Franklin Clarke. He looked suddenly like a shy schoolboy.

프랭클린 클라크의 서른다섯 해가량이 사라졌다. 갑자기 사춘기 소년처럼 보였다.
본래의 나이보다 서른다섯 정도 어린 사춘기 소년 마냥 수줍어했다.
카마이클 클라크 경이 우리 표현으로는 환갑이 다 된 나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하나뿐인 동생의 나이가 서른다섯인 것은 어리둥절

"브릭섬"은 두 번 등장한다. (표기 오류도 당연히 두 번이다) 살펴보니 두 곳의 번역도 조금 작위적이다.
Page. 147 (Chapter 15-Sir Carmichael Clark / 카마이클 클라크 경) - HarperCollins 2018 Edition (Page 91)

한쪽은 브릭 섬, 다른 한쪽은 페인턴과 토키에 접한 처스턴은 토베이 만곡부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Churston, lying as it does between Brixham on the one side and Paignton and Torquay on the other, occupies a position about halfway round the curve of Torbay.

→ 처스턴은 토베이 만곡부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한쪽으로는 브릭섬과 인접하고 다른 쪽으로는 페인턴과 토키로 기다랗게 연결된다.
Page. 152 (Chapter 15-Sir Carmichael Clark / 카마이클 클라크 경) - HarperCollins 2018 Edition (Page 95)

그 반대입니다. 여긴 8월이면 세계 각지에서 온 낯선 사람들로 들끓는답니다.
브릭 섬과 토키와 페인턴에서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혹은 걸어서 매일같이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On the contrary. In August all this part of the world is a seething mass of strangers.
They come over every day from Brixham and Torquay and Paignton in cars and buses and on foot.

→ 그 반대입니다. 8월이면 천지가 낯선 사람 투성입니다
브릭섬과 토키와 페인턴에서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혹은 걸어서 매일같이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작품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 경찰 계급/직급에 대한 언급도 첨부한다.
Page. 82 (Chapter 8-The Second Letter / 두 번째 편지) - HarperCollins 2018 Edition (Page 50)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고위 당국자 회의에 참석했다. 서섹스 경찰서장, 런던 경시청 부국장, 앤도버의 글렌 경위, 서섹스 경찰서의 카터 총경, 재프 경감, 그리고 재프보다 젊은 크롬이라는 경위, 그리고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톰슨 박사가 모두 모였다.
The following morning saw us at a conference of powers. The Chief Constable of Sussex, the Assistant Commissioner of the C.I.D., Inspector Glen from Andover, Superintendent Carter of the Sussex police, Japp and a younger inspector called Crome, and Dr. Thompson, the famous alienist,
were all assembled together.

서섹스 지방경찰청장, 런던 경찰청 수사국장, 앤도버의 글렌 경위, 서섹스의 카터 총경, 재프 경감, 크롬 경위, 닥터 톰슨
- Chief Superintendent : 1949년에 도입
- 영국 경찰 계급을 우리말로 옮겼다지만, 총경은 경찰서장급이다. 서섹스 경찰서장과 그의 부하인 카터 총경은 아이러니다.
- Deputy Assistant Commissioner가 있는데 C.I.D.의 부국장이란 번역은 이해할 수가 없다.
- alienist는 현재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며 "칼렙 카"의 동명의 소설또는 동명의 드라마 (The Alienist, 2018)로 근래 다시 주목을 받은 용어이다. alienate에서 기원한 용어로 psychiatrist와는 조금 다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이 어느정도 반영된 용어이다. 단순히 정신과 의사라고 치부하면 조금 의아한 장면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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