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투성이인 황금가지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 1934" by mOng

이 정도 분량의 소설책은 보통 2~3시간이면 읽기 때문에, 우리말 번역의 질은, '얼마나 매끄럽게 읽어 나갈 수 있는가'가 나에겐 중요하다. 그리고,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어렸을 때 이미 해문출판사의 판본으로 읽었고, 너무도 유명한 나머지 내용 또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심하고 원서와 대조해 가며 읽은 것도 아니고, 읽으면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표시해 두는 정도였는데, 작품 서두부터 민망한 수준의 오역이 발견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황금가지의 이 작품을 다 읽고, 해문의 판본도 읽은 후, 표시해 둔 부분을 구글로 검색된 원서와 비교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의 번역에 대한 별다른 논란이 없다는 점(검색 결과)이 신기할 따름이다.

* 원서는 구글에서 "Murder on the Orient Express"의 pdf를 검색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링크 : Book Coast - The Ultimate Free EBook Portal

나는 영문학도 국문학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전문 번역가는 더더욱 아니며, 재미삼아서라도 무언가를 번역해 본 적도 거의 없다.
그저, 내가 보고 싶은 희귀한 영화 몇 편 정도를 번역해 감상한 정도이다. 당연히, 본인이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러한 번역조차 불필요한 일일만큼 공교육이 전부인 그저 평범한 수준의 사람이다. 게다가 블로그에 쓴 글조차도 맞춤법에 어긋난 곳이 많을 게다 (실제도 종종 그런 지적의 덧글도 보게 된다)

직역이 아닐 바에야, 작품에 번역가의 주관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즉, 그렇게 번역해 놓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본인이 그런 전문 번역가의 의도를 나무랄 수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의적인 다른 의도를 갖고 이 글을 쓰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미 황금가지의 시리즈 35권을 구매했고, 앞으로도 리커버판이 나올 때마다 구매 할 것이다. (해문 판본도 만만치 않지만, 제목에 '황금가지'를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크리스티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작품을 수집하고 있는 입장에서 너무나 안타깝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나에게 자괴감을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례 #00 - 칭호]

먼저, 근본적인 내용인데 "드래고미로프 공작부인"의 칭호에 대해 짚고 넘어가려한다.
원문에는 Duchess가 아닌 Princess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1974년작 영화에서는 "공주"라고 번역되고 있다. 하지만 '폐망한 제정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황녀가 버젓이 저 시대에 기차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찾아본 결과 대공(大公)과 공작(公爵)의 개념 구분이 미비한 상황의 표현으로 보인다.
제정 러시아에서는, 황태자는 체사레비(Tsesarevich), 그 외의 친자는 차레비치(Tsarevich)/차레브나(Tsarevna-女)로 구분했다고 한다. 엄격하게 번역하면, 전자는 Grand Prince, 후자는 Grand Duke가 맞을 것 같지만, 대공(大公)이라는 개념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비교적 생소했기 때문에 번역에 Grand Duke, Prince 등의 구분이 되어있지 않다고 한다. 또한, 19세기 말 부터, 황제의 아들과 친손자는 Grand Duke, 황제의 딸과 친손녀 및 대공의 정부인은 Grand Duchess, 그 외의 친족은 Prince, Princess를 사용했다고 한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로마노프 왕조는 폐망한 이후이며, Duchess가 아닌 Princess가 사용된 점에서, 드래고미로프 부인의 호칭은 공작 부인 보다는 황족(皇族)이나 황친(皇親)이 나을것 같다. 게다가 작품 초반에 대략적인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단순하게 "드래고미로프 귀부인"정도가 적합할 것 같다. 올해 개봉할 영화는 어떻게 번역될지 궁금하다.

* 검색해서 얻은 결과이며, 러시아의 역사나 호칭, 그리고 그에 대한 영어권 나라의 표현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잘 알고 계신 분의 첨언을 부탁드립니다.

[사례 #01]

황금가지, Page 15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내일 아침이면 이스탄불에 도착하실 수 있겠군요."
원서와 대조해서 읽지 않으면, 이 문장에 오역이 있음을 어떻게 알겠냐만은...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아래와 같은 문장 때문에 뭔가 이상함을 알 수 있다. 아침이랬다가 저녁이랬다가...
황금가지, Page 16

"내일 저녁 7시 40분에는 콘스탄티노플에 도착하실 겁니다."
각각의 원문은 아래와 같다. evening을 morning으로 번역한 명백한 그리고 어이없는 오역이다. 친절하게도 책에는 주석으로 "콘스탄티노플 : 이스탄불의 옛 이름"이라고 표기해 두었기에 달리 생각할 여지도 없다.
"To-day is Sunday," said Lieutenant Dubosc. "Tomorrow, Monday evening, you will be in Stamboul."
...
"Tomorrow evening at seven-forty you will be in Constantinople."


[사례 #02]

이건 뭐 번역을 하다 만 것 마냥... 읽으면서도 그냥 뭔 소린지 모르겠다.
황금가지, Page 70 -71

"내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요?"
"오! 친구."
부크는 드러내놓고 부추기기 시작했다.
"오, 몽 쉐르(친구여). 난 당신의 명성을 알고 있어요. 당신의 수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고요. 이건 당신에게 딱 맞는 사건입니다. 사람들의 신원을 조사하고, 그들의 보우너 파이디즈(진실을 드러내는)를 얻어내는 건 시간을 잡아먹고, 한없이 귀찮은 일이지요. 하지만 당신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자에 편히 기대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고 자주 말하지 않았던가요? 그렇게 하세요. 기차에 탄 승객들을 심문하고 시체를 살펴보고 단서를 조사해 봐요. 난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 말이 허풍이 아니란 걸 믿어요. 앉아서 생각해요. 당신이 자주 말했던 대로 회색 뇌세포를 사용하라고요. 그러면 범인을 찾아낼 겁니다!"
원문을 끊어서 번역해 보았다.
"And suppose I do not solve it?"
"Ah, mon cher!" M. Bouc's voice became positively caressing.
"내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요?"
"오, 이런!" 부크는 달래는 듯 말했다. (부크의 목소리가 좋게 달래는 듯 바뀌었다)
불어(?)이긴 하지만, "Oh, my dear!"와 같은 감탄사 정도일텐데, 왜 굳이 두 번에 걸쳐 저렇게 번역했는지 모르겠다.
급한건 부크이다. 어떻게든 푸아로가 사건을 해결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은근슬쩍 부추겨서 사건을 맡게 할 상황이 아니었다.
"I know your reputation. I know something of your methods. This is the ideal case for you.
"당신의 명성을 알아요. 어떤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지도 조금은 알지요
당신이 적임자입니다. (당신에게 가장 알맞은 사건입니다)
푸아로의 방식, 즉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의미. 수완은 재간, 재주, 능력의 의미가 더 강하지 않을까... 게다가 뒤에 '방식'에 대한 부연 설명이 나온다.
To look up the antecedents of all these people, to discover their bona fides-all that takes time and endless inconvenience.
이 사람들 전부 신원을 조회하고 사실관계를 증명하려면, 시간은 지체되고 애로 사항도 한 두 가지가 아니겠죠.
(이 사람들 전부 신원을 조회하고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많은 시간을 잡아먹고 큰 불편을 초래합니다)
* antecedents : a person's past history : 누군가의 과거의 내력, 이것을 조회, 조사하는 의미로 신원 조회를 사용
* bona fides : 선의(善意), good or sincere intentions : 라틴어, 카톨릭 용어로 검색되지만, 의미가 쉽지 않아, "선의"라는 단어로 직역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bona fides : (어떤 사람의) 진실성 (을 증명해 주는 증거), the fact of being genuine (진짜라는 사실)"를 참고로, 번역함

전후 관계를 놓고 보면, 부크가 경계하는 것은 사업가 또는 책임자로서 명성에 흠집이 생기거나 비지니스적 관점에서 애로 사항이 발생하는 것으로, 시간을 잡아먹고 숱한 불편이 발생하는 이런 행위는 '공식적인 기관의 절차에 따른 수사'를 말한다. 즉, 경찰 또는 사법당국의 수사를 경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당국의 공식적인 수사 방식을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리고, 푸아로라고 해서 아무런 조사나 심문없이,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조사하고 증언을 얻어내는 행위 자체를 쓸데없는 것 마냥 표현한 것은 올바르지도 않고, 이어지는 문장과도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But have I not heard you say often that to solve a case a man has only to lie back in his chair and think?
Do that. Interview the passengers on the train, view the body, examine what clues there are,
and then-well, I have faith in you! I am assured that it is no idle boast of yours.
Lie back and think-use (as I have heard you say so often) the little grey cells of the mind-and you will know!"
번역하다 만 것 같은 황금가지 판본의 이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부분의 해문의 번역은 아래와 같다.
해문, Page 49 - 50

"내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부크 씨의 목소리는 마치 달래는 듯한 투로 되었다.
"아니, 포와로 씨! 당신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소. 나는 당신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금 알고 있지요. 이것은 당신에게 아주 어울리는 사건입니다. 이 모든 사람들의 신원을 조사하거나 그들의 증언을 얻어내는.....,이런 일들은 시간만 걸리고, 또 숱한 불평만 초래하게 되지요. 그러나 당신은 사건을 풀기 위해 그저 의자에 앉아 생각만 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소? 그렇게 해주시오. 기차의 승객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시체를 조사하고, 거기에 어떤 단서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또....., 음, 아무튼 나는 당신을 믿소! 당신의 말이 공연한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누워서 생각해 주시오. 당신이 여러 번 말했듯이, 작은 회색 뇌세포들을 움직여 보시오. 그러면 당신은 알아낼 수 있을 거요."
이 역시, 조사 및 증언의 과정을 쓸데없는 것 마냥 서술했다. 그리고, 영문과 교수님께서 "누워서 생각해 주시오"라고 번역해 놓은 건 알다시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례 #03]

어이없는 번역이 또 나온다. 덕분에 "복사기"의 상용화 시점까지 검색해 보았다.
황금가지 [ Page 79 ]

"단조로운 문체로군! 필체에 비하면 너무나 단조로워."
매퀸이 푸아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푸아로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당신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려면 많이 훈련받아야 하지요. 이 편지는 한 사람이 쓴 것이 아닙니다, 매퀸 씨. 두 사람이나 그 이상의 사람이 돌아가면서 한 글자씩 쓴 거지요. 게다가 복사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글씨체를 알아보기가 훨씬 더 힘들죠."
몇 개의 문장만 원문과 대조해 본다. 우선 첫 문장
"The style is monotonous!" he said. "More so than the handwriting."
"문체는 단조롭군! 오히려 필체가..."
"필체에 비해 문체가 단조롭다"라고 직역되는건 맞지만, 문맥의 흐름은 "문체는 단조로운데, 필체는 그렇지 않다"라는 의미에 가깝다. 설명이 바로 나오지만, 이 편지는 문체가 아닌, 여러 사람이 돌려 쓴 필체에 주목 할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작성한 일관된(단조로운) 필체의 문장이라면,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필체가 복잡함을 돌려 말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우리말로 번역된 내용은 필체의 단조로움이 너무 강조되지 않았나...
"You would not observe," said Poirot pleasantly. "It requires the eye of one used to such things.
"알아채긴 힘드실 겁니다. 이런 일엔 익숙한 사람의 시선이 필요하죠."

This letter was not written by one person, M. MacQueen.
Two or more persons wrote it-each writing one letter of a word at a time.

Also, the letters are printed. That makes the task of identifying the handwriting much more difficult."
게다가 (필기체가 아닌) 활자체입니다. 필적 감정을 훨씬 어렵게 만들고 있죠.
* Print your name (이름을 활자체로 쓰시오)
문맥상 문자는 손으로 씌여졌기 때문에, 인쇄되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없는데... 어떻게 "복사"라는 표현을 사용했을까...
'복사를 해서, 글씨체를 알아보기가 힘들다'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아래 해문의 번역을 첨부한다.
해문, Page 57

"문체가 너무 단조롭군! 필체에 비해 너무나 단조로워."
매퀸은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알아보기 힘들 겁니다." 포와로가 유쾌한 듯 말했다. "이런 것에 익숙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지요.
매퀸 씨, 이 편지는 한 사람이 쓴 게 아닙니다.
두 명 이상이 썼지요. 한 번씩 돌아가면서 단어의 철자 하나씩 적은 겁니다.
또한, 편지는 활자체로 쓰여 있습니다. 그것은 필적 감정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 그런 것이지요."


[사례 #04]

기가막힌 번역이다. 처음 읽으면서 '20세기 초에도 소금이 귀해서 여행자가 소금을 소지하고 다녔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원문을 살펴보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깨알같은 힌트가 되는 소품인데 이렇게 번역해 놓았다. 재미있는 점은 해문의 번역이 원래 이런식으로 되어 있는데, 황금가지 판본도 그대로 따라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황금가지, Page 133

그러고는 차례차례 그 속에 있는 것들을 꺼냈다. 크고 깨끗한 손수건 두 장과 뿔테 안경, 아스피린 병, 글로버 사의 소금 한 통, 연녹색의 박하 사탕 봉지, 열쇠 한 묶은... (이하 생략)
She took out in turn two large clean handkerchiefs, a pair of horn-rimmed glasses, a bottle of aspirin, a packet of Glauber’s Salts, a celluloid tube of bright green peppermints, a bunch of keys,
* Glauber's salt : 글라우버염

- 황산나트륨 10수화염의 속칭. 망초의 별명. 17세기 독일의 의화학자 J. R Glauber가 의료에 이용한 것으로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 황산나트륨 10 수화염 Na2SO4 · 10H2O의 관용명. 17세기에 독일의 의사 J. R. 글라우버가 설사제 · 이뇨제 동의 의약품으로 썼으므로 이렇게 부른다.
- Glauber's salt is water soluble, has a salty, bitter taste, and is sometimes used in medicine as a mild laxative;
완하제 [laxatives, 緩下劑 ], 변비약
발췌 : 화학 대사전, 과학백과사전, ENCYCLOPEDIA.COM

그냥, 변비약이라고 보는게 맞다. 앞서 '깨알같은 힌트'라고 표현했지만, 스포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간략히 설명한다. 소지품의 주인이 더더욱 변비약이라고 보게 만든다. 이런 단어 하나의 잘못된 번역은 또 나온다. '기대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이 부분의 해문의 번역은 아래와 같다.
해문, Page 97-98

크고 깨끗한 손수건 두 장, 뿔테 안경, 아스피린 한 병, 글로버 회사의 소금 한 통, 박하사탕이 들어 있는 연녹색... (이하 생략)


[사례 #05]

이 부분은 해문의 번역이 기가찬데, 황금가지도 매끄러운 편은 못 된다. 게다가 해문의 판본을 참고한 것 같은 느낌마져 준다.

[상황 설명]
아래에서 가리키는 "부인"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늘어놓는 성격을 갖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함께 있는 걸 기피하며, 푸아로 또한 그녀가 하는 말을 어느 정도 "수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원하는 질문을 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 푸아로는 그녀의 발언에 크게 신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푸아로의 태도에 그녀는 반감을 표시하며, 자신이 제시한 어떤 물건에 대해 부연 설명과 함께 질문을 던진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그 이후의 대화이다.
황금가지, Page 134-135

"증거라고 생각하지요, 부인."
푸아로가 대답했다. 그 답변은 부인을 만족시킨 것 같았다.
"내 말을 믿어 주지 않으니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군요."

"부인께서는 우리에게 아주 흥미롭고 중요한 증거를 제시하셨습니다."
푸아로가 달래듯 말했다.
"그럼 이제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만족한 반응을 얻은 것 같다면서, 반응이 왜 이런가...
"That, Madame, I call evidence," said Poirot.
"증거라고 부릅니다, 부인"
The answer seemed to appease the lady.
푸아로의 대답은 부인을 달래기 위한 것 처럼 보였다. (그 대답은 부인을 달래는 것 처럼 보였다)
"It makes me madder than a hornet to be disbelieved," she explained.
"신뢰받지 못하는건 정말 화나는 일이죠." (불신 받고 있다는게 나를 정말 화나게 한다)
"You have given us most interesting and valuable evidence," said Poirot soothingly.
"부인께선 가장 인상깊고 가치있는 증거를 알려 주셨습니다." 푸아로가 달래듯 말했다.
"Now may I ask you a few questions?"
"그럼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만족한 것 처럼 보였다"라는 표현은 지나치다. 뉘앙스의 문제다. 어느 정도 원하는 대답을 얻어낸 (수다스러운) 그녀의 입장에서 나온 말은 나무라거나 퉁명스러운 말투 일 것이다. "사람을 그렇게 보지 마세요", "사람을 그렇게 대하는게 아니에요"라는 정도의 뉘앙스라고 생각한다. "만족시킨 것 같았다"는 표현은 해문의 번역과 똑같다. 해문의 번역은 아래와 같다.
해문, Page 98-99

포와로가 대답했다.
"그건 증거물이라고 부릅니다, 부인."
이 대답은 그녀를 만족시켜 준 듯이 보였다.
그녀는 설교조로 말했다. "믿어 주지 않는 건 말벌에 쏘이는 것보다 더 나를 불쾌하게 만든답니다."
"부인께서는 매우 흥미롭고도 귀중한 증거를 제공해주셨습니다."
포와로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이제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말벌에 쏘이다"라는 표현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사례 #06]

도무지 뭐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오타(의도 된 건지도 모르겠지만)까지 있어서...
원본을 읽어보면, '그레타 올슨'은 자신이 겪은 황망한 일을 '하버드 부인'에게 말했고, '하버드 부인'이 푸아로에게 전달하는 내용이다.
황금가지 , Page 136

그녀는 몹시 당황했어요.
그 사람이 웃음을 터뜨리더니 무례한 말을 내뱉었다고 하더군요.
가엽게도 그녀는 정말 완전히 당황하고 말았답니다.
'이런, 난 실수를 합니다.'라고 그녀가 말했죠.
'산수를 하다니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점잖은 사람 아니에요.'하고 나중에 내게 이야기하더군요.
그 사람이 '당신은 너무 늙었어.'라고 하더라는 거예요."
원문을 한 문장씩 번역해 보았다.
She opened his by mistake. She was very distressed about it.
실수로 그 남자의 방문을 열었다지 뭐에요. 그래서 몹시 당황했다는데,
He'd laughed, it seemed, and I guess he said something not quite nice.
그 남자는 소리내서 웃더니 별로 좋지 않은 말을 내뱉었나 봐요.
Poor thing, she certainly was upset. 'Oh! I make mistake,' she said.
안됐어요, 분명히 화도 났을 텐데, '뭐, 제 실수인걸요.'라며 말하더군요.
'I ashamed make mistake. Not nice man,' she said. 'He say, "You too old." ' "
'부끄럽게도 제 실수이긴 하지만, 점잖은 신사는 아녔던 거죠. 저한테 "당신은 너무 늙었어"라는 거예요.'
(젊은 여자라면 모를까, 나이 많은 여자는 관심 없다는 소리)
번역도 그렇지만, 원문도 어색한 이유는 '그레타 올슨'이라는 캐릭터가 스웨덴인으로 영어를 잘 못 하는 인물(Page 52)이기 때문(A nice creature, but doesn't talk much English)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번역해 보았다.
실수로 그 남자의 방문을 열었다지 뭐에요. 그래서 몹시 당황했다는데, (영어도 잘 못 하잖아요)
그 남자는 소리내서 웃더니 별로 좋지 않은 말을 내뱉었나 봐요.
안됐어요, 분명히 화도 났을 텐데, 영어로 '나는 실수를 한다.'라며 말하더군요.
'실수한건 부끄럽다. 좋은 사람은 아니다. 나한테 "당신은 너무 늙었어"라고 말한다.'
깔끔하게 번역된 1974년작 영화를 보면, 그레타 올슨 역의 '잉그리드 버그만'이 47회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받은 이유를 알아채기 어렵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어눌한 문장 표현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해문의 번역은 아래와 같다.
해문, Page 99-100

그녀는 실수로 그의 방문을 열었던 거예요. 그녀는 몹시 당황했어요.
그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좋지 않은 말을 내뱉더군요.
가엾은 사람, 그녀는 분명히 무척 당황했을 거예요. '오! 내가 실수했군요.'하고 그녀가 사과를 했어요.
'그만 내가 깜박 실수한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은 점잖지 못하더군요.'라고 나중에 나에게 이야기하더군요.
그 사람은 '당신은 너무 늙어서.....'라고 하더라는 거예요."
말의 시점 (時點)과 대상이 잘못되어 보인다.


[사례 #07]

사례 #04와 #06이 합쳐진 결정판이다. 뭘 어떻게 번역해 놓았는지도 모르겠고, 끝 부분의 "암모니아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한 수준이다. 오줌 냄새나는 그런걸 왜 갖고 다니며, 그걸 갖고 무얼 하겠단 것인가... 그나마 해문의 그것과는 다른 번역이다. 문맥을 이해하기 위해 해당 부분의 앞, 뒤 내용을 덧 붙인다.
황금가지, Page 235

"괜찮다면 부인의 짐을 먼저 조사하겠습니다. 그런데 허바드 부인의 상태가 어떤지 좀 보러 가 주시겠습니까? 옆 열차로 옮겨 드렸는데 아까의 일 때문에 아직도 몹시 흥분하고 계십니다. 커피를 갖다 드리라고 시키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할 겁니다."
착한 그녀는 곧 동정심을 발휘했다. 그녀가 즉시 가 봐야겠다, 분명히 끔찍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그 불쌍한 여자는 딸을 남겨 두고 여행을 와서 심란해하고 있었다. 아, 그렇다, 즉시 가 볼 것이다. (그녀의 짐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암모니아수를 좀 갖고 가야겠다.
스웨덴 여자는 곧 서둘러 나갔다.
그녀가 한말을 작가(크리스티)가 전달하는 문장에서 will의 과거형 would를 사용.
She said "I will go immediately" → She said she would go immediately → She would go immediately.
간접화법으로 전달하고 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문맥상 전부 '그레타 올슨'이 한 말이다. 물론, 원문이 이렇게 표현된 이유는 '그레타 올슨'이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직접 화법으로 표현하면, 어설픈 영어 대사를 사용해야 했을 것이다.
한 문장씩 번역해 보았다. 이해하기 쉽게 그냥 직접 화법으로 전달하면 그만이다. '그레타 올슨'의 어눌한 영어를 표현하고 싶었다면, 이 대화를 수정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The good lady was instantly sympathetic.
선량한 그녀는 즉각 동조했다.
She would go immediately.
"바로 가 볼게요.
It must have been indeed a terrible shock to the nerves,
분명, 끔찍한 충격일 거에요.
and already the poor lady was upset by the journey and leaving her daughter.
안 그래도 가여운 부인은 따님을 남겨놓고 혼자 여행하는 것 때문에 심란해하고 있거든요.
Ah, yes, certainly she would go at once- her case was not locked -and she would take with her some sal ammoniac.
물론이에요, 바로 가야겠어요. - 그녀의 가방은 잠겨 있지 않았다 - 감초사탕(살미아키)도 좀 챙겨가야 겠네요."
* sal ammoniac, Salmiak : 염화 암몬석
- 살미아키(Salmiak) : 북유럽의 짜고 떫은 맛이 나는 감초사탕의 일종. 전혀 다르지만, 우리로 따지면 '목캔디' 정도와 비교됨.

북유럽 스웨덴 사람인 '그레타 올슨'이 갖고 있는 'sal ammoniac'이라면, '살미아키'일 터... '암모니아수 (ammonia water)'라니...
해문의 번역은 아래와 같다.
해문, Page 178

착한 스웨덴 여자는 곧 동정심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곧 가보겠어요. 허바드 부인은 정말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더구나 그녀는 딸에게서 떠나온 것 때문에 몹시 기분이 언짢았거든요. 오, 물론 곧 가봐야지요. 내 가방은 잠겨 있지 않아요. 소금을 좀 가지고 가야겠어요."
그냥, 다 소금인가보다.

우선, 여기까지만 기록해 둔다. 몇 가지 항목이 더 있으나 나중에 추가하거나 새로 글을 쓸까 한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의 많은 첨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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