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 셜리 잭슨, 1962 by mOng

생전 6편의 장편을 남기고 48세의 나이로 사망한 셜리 잭슨(Shirley Jackson)의 마지막 장편 소설이다.
(We Have Always Lived in the Castle, 1962)

저평가된 대표적인 작가라고도 하며, 국내에 소개된 작품도 2014년 엘릭시르의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로 단편집 하나와 장편 둘이 전부이다. 사실 탐색전을 위해 단편집 '제비뽑기(The Lottery and Other Stories, 1949)를 먼저 읽었지만, 이만저만한 충격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작가가 정신병자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실과 몽상의 세계에 경계가 무너진 듯 몽롱하게 만들었다. 대표작인 단편 '제비뽑기'는 뻔뻔할 정도로 태연해 소름 돋을 만큼 끔찍했다.

그렇게 전집 사이에 묻어 두었던 책을 끄집어내게 만든 건 애거서 크리스티의 '끝없는 밤(Endless Night, 1967)'을 읽으면서이다. 크리스티의 후기 대표작이며 살인자의 심리를 묘사한 작품으로 (비록 단편집밖에 읽어보지 않았지만) 셜리 잭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장편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두 번의 영화화로 유명한 '힐 하우스의 유령(The Haunting of Hill House, 1959)'은 놓아두고 이 책을 골랐다. '고딕 호러'라는 크리스티의 그것과는 다른 장르로 구분되는 작품이지만, 긴장감과 몰입도에 좀 더 나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불편하다. 하지만 읽는 내내 궁금하다.
"우리 정말정말 행복하다." (Page. 297)
I said, "we are so happy."
마지막 문장이다. 해피앤딩일까?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Alexandra Daddario) 주연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내 개봉은 할 수 있으려나...
필름 페스티벌에서만 공개된 상태이고 이미지 출처는 페스티벌 리뷰 글에서다.

6년 전 블랙우드 가문은 저녁 식사 중 설탕에 섞어 놓은 비소 중독으로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끔찍한 일을 겪는다. 음식을 준비했고, 평소 설탕을 먹지 않았던 콘스턴스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조사를 받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끝나지 않고, 콘스턴스는 결국 광장공포증에 자신을 스스로 저택에 가두게 된다. 자기 방에서 근신 중이던 메리 캐서린(메리캣)은 아무 음식도 먹지 않아 살아남았고, 함께 살던 숙부만이 육체도 정신도 만신창이가 되어 곁을 지킨다.

유일하게 마을에 다녀올 수 있는 메리캣은 매주 장을 봐오고, 도서관에 들러 책을 대출하는 등 외부와 접촉하는 일을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손가락질에 두려움을 느낀다. '두렵지 않아'라는 자기 암시, 또는 자존심에 항상 스텔라의 커피숍에 들러 커피를 마시지만, 커피든 식사든 누군가의 시선 속에 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커피란 게 워낙 맛이 쓰다 보니 설탕과 크림을 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자존심 때문에 들어온 거니까 왔다는 표시로 최소한만 허락해야 했다. (Page. 31)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서로 다른 이유로 공존하는 두려움이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다수에 의해 표현되는 두려움은 손가락질과 따돌림을 넘어 마녀사냥 수준에 이르게 된다. 호의든 호기심이든, 부모님 세대부터 친분을 이어온 몇몇 이웃은 관심과 친절을 보이지만, 두 자매는 그것조차 불편해한다. 자신들만의 성에서, 자신들만으로 이뤄진 생활에 안위하고 행복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왕래가 없던 사촌 '찰스 블랙우드'가 나타나며, 그들만의 행복에 균열이 생긴다.

■ 등장인물
메리 캐서린 블랙우드(Mary Katherine Blackwood) - 메리캣(Merricat) : 18세, 작품의 나레이터 (P.11)(P.38)
콘스턴스 블랙우드(Constance Blackwood) - 코니(Connie) : 28세, 메리의 언니 (P.11)(P.40)
故 존 블랙우드(John Blackwood) : 메리의 아버지 (P.52)
故 루시 블랙우드(Lucy Blackwood) : 메리의 어머니 (P.200)
故 토머스 블랙우드(Thomas Blackwood) : 메리의 남동생 (P.76)
줄리언 블랙우드(Julian Blackwood) : 메리의 숙부 (P.12)
故 도러시 블랙우드(Dorothy Blackwood) : 메리의 숙모, 줄리언의 아내 (P.76)
조너스(Jonas) : 메리의 고양이 (P.46)
찰스 블랙우드(Charles Blackwood) : 32세, 메리의 사촌, 참사가 있은 후 6년만에 방문한다 (P.125)(P.138)
故 아서 블랙우드(Arthur Blackwood) : 찰스의 아버지, 메리의 백부, 조카들과 왕래가 없었다 (P.132)

헬렌 클라크(Helen Clarke) : 두 자매에게 호의(?)를 보이는 부모님의 친구, 매주 방문
짐 클라크(Jim Clarke) : 헬렌의 남편
닥터 레비(Dr. Levy) : 줄리언 블랙우드의 주치의, 매주 토요일 방문
스텔라(Stella) : 커피숍 주인, 메리캣에게 친절한 태도를 보이는 거의 유일한 마을 사람
짐 도널(Jimm Donell) : 소방대장
루실 라이트(Lucille Wright) : 라이트 부인, 헬렌과 티타임에 함께 방문, 6년 전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셜리 잭슨의 작품은 불편하다. 단순히 잔인하다거나 공포 분위기로 일갈할 수 없는, '나 그리고 나와 비슷한 부류의 우리와는 다름'에서 오는 어쩌면 보편적인 불편함이 존재한다. 다르기 때문에 불편하고, 불편하기 때문에 알려 하지 않고, 모르기 때문에 갖게 되는 공포와, 두렵기 때문에 표출되는 잔인한 광기가 작품 전반에 흐른다.
하지만, 불편한 건 불편하다.
나는 썩어 가면서 고통에 몸부리치고 소리 높여 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했다. 저들이 내 앞에서 몸을 반으로 꺾으면서 땅 위에서 울부짖으면 좋겠다. (Page. 39)
현실과 환상이 혼재한다. 현실은 음울하고 의혹에 가득 차 있다. 환상의 한 줌은 현실 도피처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너무 잔인하고 태연하다. 잔인한 환상은 태연하게 현실이 되고, 의혹에 가득 찬 현실은 또 다른 환상을 만든다.
"드디어 달에 왔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언니가 미소를 지었다.
"난 전부 꿈이라고 생각했어."
언니가 말했다.
"모든 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야." (Page. 233)
태연함이 공포를 부르는 작품이다.
원서의 페이퍼벡 표지가 참 마음에 든다.

한 곳의 번역이 조금 의아하다. 메리캣의 상상 속에 묘사되는 식사 장면인데, 대화의 주체가 루시(메리캣의 어머니)와 도러시(메리캣의 숙모)로 번역되어 있다. 루시(Lucy)라는 이름은 이 대화 장면에만 나타난다. 아버지인 존과 어머니인 루시의 대화가 아닐까 한다.

마을 최초로 집에 피아노를 구매한 아버지, 형님의 집에 얹혀사는 줄리언 부부, 많이 먹는다고 존이 핀잔을 준다고 생각하는 줄리안, 메리켓은 항상 어른들 눈 밖에 난 아이였다고 증언하는 콘스턴스의 증언 등을 참고하면 아빠가 엄마에게 책을 사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 게 맞을 것 같다. 비록 그게 현실과는 정반대인 메리캣의 상상 속의 대화라 할지라도.
Page. 199~201 (Chapter 7)
"메리 캐서린한테 책을 사 주려구요. 루시, 메리 캐서린에게 새 책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
"메리 캐서린이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가져야지, 동서. 우리가 제일 사랑하는 딸은 원하는 건 뭐든 가져야 하고말고."
"콘스턴스, 네 동생한테 버터가 모자라는구나. 얼른 전해 주거라."
"메리 캐서린, 우린 널 사랑한단다."
"메리는 절대 벌 받으면 안 돼. 루시, 우리가 제일 사랑하는 딸 메리 캐서린이 절대 벌 받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당신도 명심하도록 해요."
"메리 캐서린은 절대 잘못을 저지를 리가 없어. 그 아일 벌줄 일은 결코 없다고."
"루시, 내가 들었는데요. 말 안 듣는 애들은 벌로 저녁도 안 먹이고 방에서 못 나오게 한다던데요. 우리 메리 캐서린한테는 절대로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돼요."
"그래야지, 동서. 메리 캐서린은 절대 벌 받으면 안 돼. 절대로 저녁 식사도 안 주고 방으로 보내는 짓은 하면 안 돼. 메리 캐서린은 벌 받을 짓은 절대로 안 할 거야."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메리 캐서린은 보호하고 고이 보듬어야 하는 아이야. 토머스, 네 누나한테 네 저녁 식사를 주거라. 더 먹고 싶어 하잖니."
"도러시, 줄리언. 우리 사랑하는 딸이 일어서면 같이 일어서시오."
"우리가 친애해 마지않는 메리 캐서린에게 다들 고개 숙여 인사를 하세요."

"-to buy a book for Mary Katherine. Lucy, should not Mary Katherine have a new book?"
"Mary Katherine should have anything she wants, my dear. Our most loved daughter must have anything she likes."
"Constance, your sister lacks butter. Pass it to her at once, please."
"Mary Katherine, we love you."
"You must never be punished. Lucy, you are to see to it that our most loved daughter Mary Katherine is never punished."
"Mary Katherine would never allow herself to do anything wrong; there is never any need to punish her."
"I have heard, Lucy, of disobedient children being sent to their beds without dinner as a punishment. That must not be permitted with our Mary Katherine."
"I quite agree, my dear. Mary Katherine must never be punished.
Must never be sent to bed without her dinner. Mary Katherine will never allow herself to do anything inviting punishment."
"Our beloved, our dearest Mary Katherine must be guarded and cherished. Thomas, give your sister your dinner; she would like more to eat."
"Dorothy-Julian. Rise when our beloved daughter rises."
"Bow all your heads to our adored Mary Katherine."
물론 메리캣의 현실은
"열두 살짜리 놀라운 그 아인 저녁도 못 먹고 자기 방에서 근신중이었죠. 그렇다고 우리가 걱정하진 않았구요."
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콘스턴스 언니가 헬렌 클라크한테 말했다.
"메리캣은 항상 어른들 눈 밖에 난 아이였어요. 저녁 식사를 마친 아버지가 식탁을 뜨시고 나면 전 저 아이한테 줄 음식 쟁반을 들고 계단을 오르곤 했죠. 동생은 말도 참 안 듣는 아이였어요." (Page.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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